디자인 커넥션(Design Connections)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개최 기간 동안 진행되는 영국문화원의 글로벌 네트워킹 프로그램입니다. 디자인 커넥션은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산업 종사자들이 프로그램 일정을 통해 디자인 업계의 최신의 흐름들과 신제품들을 직접 확인하고, 동시에 국경을 넘어선 동료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메이커들을 소개했던 참가 후기 1편에 이어, 서울디자인재단의 유주이씨가 ‘디자인 커넥션’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이너 페이 투굿(Faye Toogood)의 스튜디오를 방문하였고, 그녀를 직접 만나 다양한 작업물들을 소개합니다.
‘2015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가장 돋보인 디자이너 페이 투굿
2015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올해의 디자이너가 있다면 아마도 페이 투굿일 것이다. V&A Cloakroom 프로젝트, 서머셋하우스 10 디자이너 인 웨스트윙 등의 그녀의 작품들은 디자인 페스티벌 내 곳곳에서 접할 수 있었는데 이번 디자인 커넥션 프로그램을 통해 페이 투굿 스튜디오를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고, 직접 그녀를 만나 디자이너가 된 배경, 작업 방식, 최근 프로젝트 등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그녀는 다방면의 디자인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중으로, 직접 사용하는 가구에서부터 선반 위에 올려진 세라믹 자기, 옷걸이에 걸린 F/W 2016 컬렉션까지, 스튜디오 곳곳에서 그녀의 작업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위해 기획한 V&A Cloakroom, 서머셋하우스 Drawingroom 프로젝트 등 그녀의 최근 프로젝트에 대해 먼저 들어보았다.
The Cloakroom
V&A Cloakroom은 고무처럼 생긴 압축 폼 소재로 특별 제작된 코트 안쪽에 미술관 지도를 재봉해 넣은 코트를 입고 다니며 V&A 미술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페이 투굿의 조형물 10개를 찾아보는 기발한 발상의 프로그램이다. 관람객이 빌려 입을 수 있는 150벌의 코트의 등 부분에는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페이는 코트를 제작하면서 150개의 각각 다른 표정을 코트에 그려 넣어 코트마다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했다. 코트를 빌리기 위해 관람객은 신분증을 맡기고 걸려있는 코트 중 본인이 원하는 것으로 고르면 된다.
이 프로젝트는 3개월의 준비 및 제작 기간이 있었는데 페이는 미술관 어느 위치에 조형물을 설치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관람객들이 보물찾기처럼 미술관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10 Designers in the West Wing
10 디자이너 인 웨스트윙은 서머셋하우스가 기획한 페스티벌 특별 전시로 10명의 디자이너가 초청되어 10개의 방을 각자의 컨셉을 중심으로 꾸몄다.
참여작가 10명 중의 하나로 참여한 페이 투굿은 전통적인 영국식 컨트리하우스의 거실을 전시의 주요 컨셉으로 설정했다. 챠콜 드로잉으로 모든 벽면을 덮고 모노톤의 가구 및 소품, 패션 의류들로 전시실을 채웠다. 드로잉룸(drawingroom)이라고 불리는 저택의 거실을 실제 드로잉(drawing)으로 해석한 그녀의 유머러스한 면이 엿보이는 전시였다.
실험적 소재
페이 투굿이 설명하는 자신의 작업 방식은 어떤 전략적인 접근보다는 직관에 의존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런 그녀의 실험적 성향은 소재 선택에서 잘 드러난다. 페이 투굿은 재료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런던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독특한 소재로 실험적인 작품을 만든다. 예를 들어 펠트, PVC 랩과 같이 옷을 만드는 데에 잘 쓰이지 않는 소재로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코트, 셔츠 등을 완성하기도 한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녀는 ‘사진가(photographer)’라 칭하는 펠트 소재의 자켓을 입고 있었다. 그 자켓은 그녀가 동생인 에리카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투굿의 제품으로, 페이와 에리카는 투굿 브랜드의 디자인마다 오일리거(oilrigger), 비키퍼(beekeeper), 조각가(sculptor), 건축가(architect), 큐레이터(curator) 등 직업명을 붙여서 실제 제품은 ‘골동품상인 조끼(antiquedealer waistcoat)‘ 처럼 독특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순수 미술을 전공한 페이 투굿은 인테리어 잡지사에서 일하다가 영국의 디자인 거장 톰 딕슨과 함께 일하며 디자이너로 전향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디자인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다거나, 기술과 재료를 가지고 실험하는 등 톰 딕슨과의 공통 분모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술, 디자인과 패션 사이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그녀가 직접 말하는 것처럼 그녀의 작업에서는 항상 유머와 즐거움 그리고 아이와 같은 순진함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