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영국문화원은 한국인 최초로 테이트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이숙경 박사의 영국문화계 소식을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런던 금융 중심가에 위치한 바비칸 센터
런던 금융 중심가인 ‘시티(the City)’ 지역은 ‘스퀘어 마일’이라는 별명이 시사하듯이 1평방 마일(약 2.9평방 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 작은 구역이다. 19세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국 뿐 아니라 세계 금융과 재정을 이끌어 온 이 곳은, 다국적 금융 기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폐허가 된 지역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서 개발한 문화∙예술∙교육 지구, 바비칸 복합단지(Barbican Complex)라고 불리우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런던박물관(Museum of London), 길드홀음악연극학교(Guildhall School of Music & Drama), 바비칸 아트 갤러리(Barbican Art Gallery)등의 기관과 고급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후 영국 건축계가 선호했던 ‘브루탈리즘(Brutalism)’ 양식의 건물 중 하나인 바비칸 복합단지는 완성 이후 줄곧 대중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2001년 문화부로부터 2급 보존 건물(Grade II Listed)로 등록되어 그 의의를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10여년에 이른 공사를 거쳐 1982년 문을 연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는 템즈강 남쪽 사우스뱅크 센터(Southbank Centre)와 더불어 런던의 대표적인 복합 예술 센터로서, 공연장, 영화관, 아트 갤러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위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바비칸 아트 갤러리 전시회
특히, 바비칸 아트 갤러리는 현대미술, 건축, 패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전시회를 진행한다. 그 특징은 2012년 여름에 열린 <바우하우스: 삶으로서의 예술(Bauhaus: Art as Life)>전, 2010년 개최되었던 <미래의 미: 일본 패션 30년(Future Beauty: 30 Years of Japanese Fashion)>전, 그리고 2013년의 <팝 아트 디자인(Pop Art Design)>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중문화 및 소비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패션 디자인을 다룬 <빅터와 롤프의 집(The House of Viktor and Rolf)>, <007 디자인: 본드 스타일 50년(Designing 007: Fifty Years of Bond Style)>등의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갤러리의 주 전시 공간과는 달리 무료 입장으로 운영되는 더 커브(The Curve) 역시 대중적인 접근성과 예술적인 가치 두 가지를 중시한다. 1999년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의 작품과 함께 첫 선을 보였던 더 커브는, 영국, 유럽, 북미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생존 작가들의 작품들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중국 현대미술사 송동(Song Dong)의 작품 중 2006년 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작 <버릴 것 없는(Waste Not)>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시회를 진행했다. 이것은 작가 어머니가 평생 모은 일상용품들을 집에서 통째로 옮겨온 것으로, 작가 가정사를 보여준다. 2013년에는 제프리 파머(Geoffrey Farmer)의 <외과 의사&사진가(The Surgeon&The Photographer)>를 전시하였는데, 이것은 영국에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이었다.
더 커브는 미술의 경계와 갤러리 공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회도 진행한다. 사운드아트(Sound Art)를 주로 선보이는 프랑스 작가 셀레스터 부르지에-무주노(Céleste Boursier-Mougenot)는 살아있는 금화조(zebra finches)를 악기(예. 기타, 드럼 등)가 설치된 곳에서 살도록 하였다. 새들의 지저귐, 새들이 기타줄이나 드럼의 표면에 앉으며 만들어내는 소리로 인해서 모든 관객들은 시각과 청각을 오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013년 초에 소개된 디자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비 내리는 방(The Rain Room)>은 5개월 동안 7만 7천 명의 관객이 찾아올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였다. 비 내리는 방은 일종의 체험 공간이다. 전시장 안에는 적지 않은 양의 비가 쏟아지나 관람객이 지나가는 공간에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다. 바로 랜덤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센서 덕분이다.
바비칸 아트 갤러리의 2014년도 기대된다.
필자: 테이트 모던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 센터/ 큐레이터 이숙경
이숙경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이던 이숙경은 1996년 런던 시티대학 예술비평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고 이후 에섹스 대학교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영국 내 다양한 예술 기관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말 테이트리버풀로 옮겨 큐레이터이자 테이트 미술관의 아시아-태평양 소장품 구입위원회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테이트 모던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 센터에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