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영국문화원 후원으로 국립극장 신민경 프로듀서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성무량 공연기획팀장이 2013 영국문화원 에든버러 쇼케이스에 다녀왔습니다. 신민경 프로듀서의 후기에 이어 성무량 팀장의 후기, '지금 우리에게 에든버러는 어떤 의미인가'를 5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성무량 팀장이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다양한 얼굴에 대한 소감과 기대로 마지막 후기를 마무리합니다.
다층의 페스티벌로 진화중
페스티벌은 살아있는 유기체 같아서 고정된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보러오는 사람들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몇 년만에 다시 찾은 에든버러는 그렇게 변하고 있었다. 어떤 변화들은 낯설기도 하도, 어떤 변화들은 놀랍기도 했다. 우리가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다가간다면,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사랑하는가
한여름 에든버러는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도시이기도 하다. 에든버러 성 위로 쏟아지는 불꽃을 배경으로 가난한 연인들은 길거리에서 키스를 한다. 젊은이들은 에든버러로 모여들어, 주차장을 개조한 곳에서 무료 콘서트를 즐기고 맥주잔을 기울이고 몸을 부비며 젊음을 발산한다. 길거리는 밤새 부산하다. 자정이 넘어 공연을 보고 나와서 한적한 거리를 기대하고 나왔다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빈 플라스틱 맥주잔은 거리를 뒹굴고, 펍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은 신나고 젊다. 중년의 외국인은 스카프를 두르며 서둘러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지만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호텔 로비로 들어서면 세계에서 모인 프리젠터들이 열심히 와인잔을 기울이며 사업을 논하고 있다.
긴 관계는 가능한가
에든버러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혼자만의 애인으로 간직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의 언니 오빠로 만들것인가? 사실 그것은 각자의 형편에 달려있을 것이다. 살림살이가 다르기에, 모두 에든버러에 가라고 하거나 혹은 이제는 에든버러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에든버러 축제는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능력 있는 코미디언 혹은 배우들이 데뷔하는 곳이기도 하고, 대학 연극반의 공연이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고, 외국 작품이 영국 관객과 만나는 곳이기도 하는 등 그 모습은 하나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세심한 리서치가 선행되어야만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렇다. 에든버러는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는 존재가 아니다. 이 잔치는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에든버러가 가진 매력에 끌려 여름이면 머나먼 여정을 꾸려 속속 찾아들고, 저마다 작고 큰 극장에 둥지를 틀고 세계에서 모여든 관객을 향해 자신이 갈고 닦은 예술을 선보인다. 누구는 혼자만의 독백으로 지쳐서 외로이 돌아서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별 4개를 달고 금의환향하기도 한다. 이 모두는 에든버러가 만들어 낸다기보다는 에든버러라는 플랫폼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 성무량
현재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영국 서섹스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위드 시네마,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한국공연예술센터 등에서 경력을 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