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MLAB에서 상영되었던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Light Surgeons의 <SuperEverything>

 영국문화원이 기획하고 BFI(British Film Institute), PRS for Music Foundation 그리고 HOME이 협력한 제1회 FAMLAB(Film, Archive and Music Lab)이 2016년 2월 29일부터 3월 4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습니다. 무성영화에 라이브 음악을 입히는 등 영화와 음악계의 실험적인 협업을 시도하는 방법론에 관해 초청된 16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을 대표하여 참가한 박천휘 음악감독이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FAMLAB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내용을 상세히 소개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영화와 음악계의 협력을 통해 재탄생하는 작품들

일주일 동안 진행된 랩은 BFI에서 의뢰를 받아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고 또 그 작품을 만든 창작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영화와 음악이 결합하는 방식과 효과, 영화음악이 만들어지고 녹음되는 과정, 또 라이브 음악과 영화가 만나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자리 잡은 현재의 흐름에 대한 밀도 높은 토론이 이어졌다. 

관람한 작품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Light Surgeons의 <SuperEverything>이었다. 이 페이지 상단에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말레이시아의 도시화, 산업화를 다룬 현대 다큐멘터리 제작물이었는데, 인터뷰 형식의 짧은 영상들을 여러 겹의 라이브 영상으로 투사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 영상 위에 디제잉을 통해 현장에서 음악을 만들고, 영상/음악에 싱크가 정확히 맞춰진 조명까지, 하이테크놀러지의 끝을 보여주는 영화의 라이브 포퍼먼스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BFI 외에도 PRS for Music Foundation(영국 음악저작권 협회), Barbican Centre(바비칸 센터), 그리고 맨체스터에 위치한 Home(홈)이 FAMLAB 프로그램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PRS는 BFI로 방문하여 영화 음악 저작권과 관련된 강의를 해주었고, 바비칸 센터에서 진행된 강의에서는 소속 프로그래머들이 시도하고 있는 다방면의 예술적 실험들에 관한 이야기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바비칸에서 강의가 열린 장소는 본인이 런던 올림픽 때 <청춘의 십자로>를 공연하였던 곳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FAMALB 둘째 날, 무성영화 전문가 Briony Dixon 강의 현장 ©

Joel Mills Twitter @joelvmills

영상과 라이브 음악이 결합한 씨네-콘서트 ©

British Council

FAMLAB 참가자들과 함께 ©

박천휘

 

맨체스터의 복합문화공간 HOME

수요일에는기차를 타고 런던에서 조금 벗어난 맨체스터에 있는 HOME을 방문했다. 2015년 맨체스터의 중심에 세워진 HOME 또한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등이 결합되어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영화와 라이브 음악이 만나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최근 <Incidents of Travel in the Multiverse>이라는 작품으로 필립 글라스와 협업한 듀오 감독과의 대담이 있었다. 그들은 영상, 드로잉, 설치물, 라이브 공연홀 등 다양한 매체를 연계하여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펼치고 있었다. 저녁에는 맨체스터 출신 싱어송라이터 Josephine Oniyama가 오래된 기록영화들에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들을 영상과 함께 감상하는 영화 콘서트 <Celluloid History Songs>를 보았다.

FAMLAB 참가를 마무리하며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니 벌써 한 주가 지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관람한 작품은 BFI에서 복원한 무성영화 <Shooting Stars>영국 영화음악의 거장 존 알트만이 작곡한 곡을 입힌 것이었다. 5개의 필름본에서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정성스럽게 고르고  복원을 거친 1928년도 필름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였고 실제 존 알트만의 지휘에 맞춰 브라스 밴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신나게 연주하는 음악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었다.  

이처럼 일주일은 꽉찬 스케줄 속에 쏜살같이 지나갔다.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바쁜’삶을 살고있는 참가자들이 모든 일상을 내려놓고 누군가 열심히 준비해 놓은 스케줄을 따르는 일은 마음 편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함께 강의를 듣고 리셉션에 참가하고, 식사를 하며 어느새 서로 많이 친해진 참가자들은 직접 작업하고 협업하는 시간이 더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가장 아쉬워했다.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또 본인들의 작품들을 보여주며 서로에게 배우고 알아가는 시간이 많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번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형태의 결과물들을 만들어나가는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된 영화와 라이브 음악의 만남

영화와 라이브 음악의 만남은 이제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클래식 연주와 영화가 만난 씨네-콘써트로 수년 째 세계 여러 나라를 투어하며 공연 중이며, 근래에 개봉했던 대작 영화에 대사만 남기고 라이브 오케스트라와 하는 대규모 공연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본인이 작업한 한국 최고의 (가장 오래된) 영화 <청춘의 십자로> 역시 세계 영화제에서 지속적으로 초청받는 작품이 되었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무성영화란 자각도 없이 음악을 만들었지만, 그 작품이 다시 계기가 되어 이렇게 8년 후 다양한 작품들을 공부할 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일주일의 축복 덕분에 돌아오는 인천행 비행기안에서 내 심장은 새로운 작품에 대한 벅찬 열망으로 다시 뛰고 있었다.

필자: 박천휘 음악감독 

작곡, 작사, 우리말 번역 그리고 각색까지 뮤지컬과 연극 음악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는 박천휘 음악감독<오즈의 마법사>, <레베카> 등 20개가 넘는 화제의 뮤지컬을 맡아 작업하였다. 2008년에는 <청춘의 십자로>라는 한국 최초의 무성영화에 음악을 입힌 변사공연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데, 이렇게 재탄생한 그의 작품은 국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뉴욕 링컨센터, 런던 바비칸센터,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는 등, 세계 무대로 진출했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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