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ARCHIVE AND MUSIC LAB  ©

Thom Isom

2016년 2월 29일부터 3월 4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제1회 FAMLAB(Film, Archive and Music Lab)이 진행되었습니다. FAMLAB은 영국문화원이 BFI(British Film Institute), PRS for Music Foundation 그리고 HOME과 함께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영화와 음악 전문가 16명을 선정하여 초대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박천휘 음악감독이 참가하여 워크숍, 스크리닝, 네트워킹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의견을 듣고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박천휘 감독의 후기 1, 2편을 통해 영국문화원의 FAMLAB 프로그램이 어떻게 영화와 음악계의 협업을 추구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음악을 입고 다시 태어나는 무성영화 

<싸이코>, <현기증>, <이창>,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영화광이 아니라고 해도 헐리우드에서 수많은 히트작들을 제작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미국인이 아닌 영국인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작년 영국 BFI(British Film Institute)에서는 그가 헐리우드로 가기 전 제작한 9 편의 무성영화 영상자료들을 각각 다른 스타일의 음악가와 매칭하여 라이브 음악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히치콕 나인(The Hitchcock 9)’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이렇게 무성영화가 관객들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한 BFI의 수장고에는 지금도 수많은 무성영화들이 음악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매년 역사적으로 중요한 몇몇 작품들이 선정 및 복원되어, 섭외된 작곡가의 라이브 음악과 결합한 무성영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성공의 일환으로 출범하게 된 프로그램이 바로 내가 참여하게된 FAMLAB이다. 

다양한 분야의 음악과 영화 전문가들의 만남과 협업의 장 - FAMLAB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의 후원으로 올해 처음 개최된 FAMLAB은 총 16명의 예술가들을 초청하였다. 이중 절반은 영국, 다른 절반은 일본, 대만, 중국, 태국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선발되었는데, 그들의 전문영역 또한 클래식, 현대음악, 전자음악, 게임음악, 영화음악, 무대음악 작곡가, 지휘자, 단편영화감독, 다큐영화감독, 음악영화감독, 영화사 대표, 프로듀서 등 폭넒은 분야를 포함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런던에 한데 모여 국경과 장르를 뛰어넘는 협업을 하게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 속에 BFI를 찾았다. 나의 작품 <청춘의 십자로> 초청공연 건으로 런던을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FAMLAB 첫날 케이스 스터디 ©

British Council FAMLAB

FAMLAB week 를 진행중인 저널리스트겸 큐레이터 Ian Haydn Smith ©

British Council FAMLAB

BFI 건물 외관 / 출처: Wikimedia

BFI는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영화에 관련된 모든 것을 갖춘 복합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수많은 영화, 영상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부터 필름 상영관, 기념품 숍, 영화의 멋을 담은 카페, 레스토랑 등이 있고, 건축물 전면은 유리로 만들어져 아름다움과 웅장한 아우라를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은 통유리를 통해 환하게 빛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BFI 건물 내 가장 구석지고 컴컴한 영화 시사실로 안내되었는데, 그곳에서는 FAMLAB 관계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주 동안 펼쳐질 개괄적인 프로그램 브리핑이 있었고, 참가 예술가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개인당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3분. 모두 살짝 긴장한 듯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 명씩 자기 음악과 영상을 보여주며 임팩트있고 적극적인 자기 PR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를 초청한 관계자들은 여기서 새로운 작품의 씨앗이 만들어지길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였고, 시사실 안도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열의가 가득 차서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FAMLAB 프로그램의 첫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필자: 박천휘 음악감독 

작곡, 작사, 우리말 번역 그리고 각색까지 뮤지컬과 연극 음악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는 박천휘 음악감독<오즈의 마법사>, <레베카> 등 20개가 넘는 화제의 뮤지컬을 맡아 작업하였다. 2008년에는 <청춘의 십자로>라는 한국 최초의 무성영화에 음악을 입힌 변사공연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데, 이렇게 재탄생한 그의 작품은 국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뉴욕 링컨센터, 런던 바비칸센터,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는 등, 세계 무대로 진출했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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