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015 한·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UK-Korea Dance Exchange)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마크 브루 컴퍼니의 예술 감독이자 안무가인 마크 브루(Marc Brew)의 서울 방문 후기를 소개합니다!
한국의 다양한 무용 관련 기관 관계자와 사람들을 만나다
영국문화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의 협조로, 마크 브루 컴퍼니 (Marc Brew Company)의 프로듀서인 수잔(Susan Hay)과 저는 대한민국 서울에 초청받아 2015 한·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 (UK-Korea Dance Exchange)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한ˑ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은 영국의 안무가 그리고 무용 프로듀서들이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아티스트 및 예술 기관들과의 협업 기회를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본 프로그램은 2017년 2월에 출범하여 한국과 영국의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를 공연, 상영, 아티스트 레지던시, 부대행사 등의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게 될 ‘UK-Korea Season’ 예술 프로젝트의 초석이 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프로듀서인 수잔과 저는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 머물렀고, 주한영국문화원이 잘 마련해준 프로그램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서울에 있는 동안 우리는 한국의 여러 아티스트들을 만났고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서울공연예술제(SPAF),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Seoul Street Arts Creation Center),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센터,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발레단의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메인 프로그램으로는 24-25일 양일간 전문 무용수 및 안무가 대상 워크숍을, 27일에는 반나절 동안 장애인 대상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한·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많은 분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뿌리깊은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인 한국 예술가들의 친절함 그리고 본인의 예술적 경험과 지식을 외국인인 저와 거리낌없이 나누는 열린 태도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예술성의 측면에서 한국의 현대 무용 작품들과 작업 환경은 우수했고 특히나 한국의 많은 분들이 장애인 예술에 높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정말 가슴 뛰는 일이었습니다.
전문 무용수 대상 워크숍에서
11월 24-25일에 진행되었던 전문 무용수 대상 워크숍의 마지막 세션에서, 우리는 둘러 앉아서 이틀간의 워크숍을 정리하고 장애인 예술계가 나아갈 방향에 관한 생산적인 논의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애인 예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아티스트로 활동해 온 저와 기획자인 수잔은 장애인, 비장애인 무용수의 공동 작업 방식에 대해 많은 설명을 했고, 또한 몸으로 직접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지속해나가고, 비장애인 예술가들과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와 기반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시 워크숍에 참가했던 한 무용수는 한국에서는 종종 장애인 예술과 비장애인 예술이 구분되며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뛰어 넘는 공동 작업의 전례는 쉽게 접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틀동안 장애인-비장애인 무용수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춤추고, 그들이 미래에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탐색하는 워크숍에서 저의 지식과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는 생각에 더욱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취수장을 개조하여 재탄생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미팅을 위하여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방문했을 때, 기관의 시설들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얼마전 오래된 취수장을 개조하여 예술가들이 공연을 제작하고, 연습할 수 있는 스튜디오로 재탄생되었고, 특히나 거리 예술과 서커스 공연 제작에 특화된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공장이었던 그 공간의 분위기를 마주하니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위치한 행위 예술 공연장인 Tramway가 떠올랐습니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느껴지는 창조적인 공기는 손에 잡힐 듯이 강렬했습니다. 곧 기관 내에 아티스트들의 레지던시를 도모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저 또한 Nocturne과 (i)land 라는 두 편의 야외 공연을 창작해본 적이 있기에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방문한 것은 고무적이었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장애인 예술가들을 위한 장애인문화예술센터
한국에서 일주일간의 여정이 끝나갈 무렵인 11월 27일, 서울 대학로에 새로 지어진 장애인문화예술센터 ‘이음’에서 장애인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음센터는 개방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고,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이지만 장애인 문화ˑ예술을 지원하기 위해 지정된 센터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센터 내부에는 무용 스튜디오, 작업실 그리고 제가 워크숍을 이끌었던 스튜디오 극장이 설비되어 있었습니다. 워크숍의 기획 단계부터 도움을 주셨던 안무가 노경애님의 작품과 제가 창작한 프로젝트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세션, 그리고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Q&A 세션을 가졌고 영국과 한국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워크숍을 끝날 시간이 지나갔는데도, 마무리는 되지 않았습니다 - 함께 나눌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주한영국문화원의 관계자들과 함께 즐겼던 한국 음식, 서울 시내의 바쁘고, 활기찬 거리와 시민들, 지하철을 타보았던 경험 모두 다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같습니다. 이번 2015 한·영 무용 프로그램(UK-Korea Dance Exchange)을 계기로 한국과 영국간의 협업의 기회가 견고히 만들어지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