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tish Dance Theatre promo for Second Coming by Victor Quijada
- The 2013 British Council Edinburgh Showcase
주한영국문화원 후원으로 국립극장 신민경 프로듀서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성무량 공연기획팀장이 2013 영국문화원 에든버러 쇼케이스에 다녀왔습니다. 신민경 프로듀서의 후기에 이어 성무량 팀장의 후기, '지금 우리에게 에든버러는 어떤 의미인가'를 5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다양한 작품과 새로운 공연장의 등장
올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는 에든버러 대학(The University of Edinburgh) 캠퍼스가 공연장으로서 참가했다. 대표적인 예로 에든버러 대학 비즈니스 스쿨 근처에 위치한 써머홀(Summerhall)을 들 수 있다. 이곳은 기존 공연장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도보로 20~30분), 혁신적인 작품들을 보여주는 공간 중 하나로 화제가 되었다. 이전의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이나 씨 베뉴스(C Venues)등이 상업적인 공연장으로서 여겨지는 와중, 써머홀만의 독자적 마케팅 전략은 대중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이런 공연장을 통해 영국의 새로운 작품뿐 아니라 벨기에, 프랑스 등 불어권 나라의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스코틀랜드 댄스 시어터의 공연 <세컨드 커밍>
진정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건 어떤 사회에서 가능할까? 우리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바라는 정책 환경 속에서 과연 크리에이티브한 아티스트들이 생존해 갈 수 있을까?
그런 맥락에서 스코틀랜드 댄스 시어터(Scottish Dance Theater)의 작품 세컨드커밍(Second Coming)을 소개하고 싶다. 몇 년전 보았던 이 단체의 작품이 그리 인상 깊지 않았기에 그냥 별 기대없이 줄을 섰다. 극장 안에 들어서니,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의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스텝들은 부산하게 움직이고 댄서들은 둘러서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댄서가 마이크를 잡고는 오늘 공연장에 문제가 있어서 약간 늦게 시작하겠다고 한다. 순간 극장이 일렁인다.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계속 조명을 고치고, 안무를 다시 짜고, 댄서들끼리 말다툼을 하는 지경에 이르면, 아… 이것이 공연의 일부일 수 있겠다고 느끼게 된다. 관객들은 이미 상황에 몰입되어 함께 웃고 즐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끊어질듯 말듯 이어지는 화려한 움직임에 감동한 상태다. 단체 소개글을 보니, 1986년에 창단된 이래 외부 안무가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보다 혁신적인 작품들을 제작해왔다고 한다. 이번 작품 역시 캐나다 안무가 빅터 키하다(Victor Quijada)와 협업한 것으로, 댄서 개개인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기분좋은 저녁이었다. 예술이 삶을 지탱하는 순간이었다.
필자: 성무량
현재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영국 서섹스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위드 시네마,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한국공연예술센터 등에서 경력을 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