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고 즐겨 읽는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서거한 지 400년이란 시간이 지난 현재도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지며,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그의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지고, 읽혀지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2016년 7월 31일부터 8월 6일까지,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븐(Stratford-upon-Avon)에서는 세계 셰익스피어 학술총회(World Shakespeare Congress)가 열렸는데요,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정보 이사인 서동하 교수가 총회에 참가하여 그 현장과 다양한 풍경들을 2편에 걸쳐서 전달해 드립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의 해
1616년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해로부터 400주년이 되는 2016년은 셰익스피어를 공부한 이들에게 매우 특별한 해이다. 제10회 세계 셰익스피어 학술총회가 열리는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본(Stratford-upon-Avon)에 위치한 셰익스피어 연구소(The Shakespeare Institute)는 필자가 2011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한 뒤 몇 년 만에 다시 찾게 된 곳이라 설레는 마음을 쉽게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변화무쌍한 서울과 달리 셰익스피어의 마을은 시간이 멈춰있는 듯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작가의 동상과 햄릿을 포함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동상은 지난 학생 시절의 감정과 느낌을 다시 되살려주었다.
무엇보다 필자가 가장 그리워했던 것은 매주 금요일 오후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셰익스피어 연구소 뒷마당에서 교수들과 석·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하던 축구 시간이었다. 학술총회 등록일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에서 온 옛 동료들이 다시 함께 모여 공을 찬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특별한 기쁨이었다. 늘어난 흰 머리카락과 깊어진 주름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동참해 주신 지도 교수님과 졸업 후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 중인 동창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걸음마를 배웠던 아들, 딸이 함께한 시간은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 행복한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현재를 다시 만들어내는 경험을 하게 되어 이번 학술총회의 주제인 “셰익스피어: 창조와 재창조”(Creating and Re-creating Shakespeare)와 가장 어울리는 시작이었다.
4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셰익스피어 작품
현재 국제 셰익스피어 학회(International Shakespeare Association) 회장 피터 홀브룩(Peter Holbrook) 교수는 세계학술총회 인사말에서 삶의 여정을 죽음과 같은 폭풍우 속을 항해하는 배에 빗대며 “넌 죽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난 새 삶을 보았다”(thou met’st with things dying, I with things newborn)란 『겨울이야기』(The Winter’s Tale)의 늙은 양치기 말을 인용하며, 지난 400년의 세월 동안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 담긴 주제의식과 철학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재창조된 과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번 총회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절대 지위를 지닌 영문학 정전(canon)으로만 보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지적 전통 안에서 창조적으로 재해석되는 고전(classic)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기획되었다. 따라서 세계 각지에서 공연, 비평, 번역 그리고 문화축제 속에서 변함없이 다루어지는 셰익스피어의 생명력은 어디서 왔는가를 다루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생가(birthplace)와 영원한 쉼터가 위치한 그의 고향 스트랫퍼드와 그가 극작가로서 명성을 얻고 전성기를 누린 런던에서 나뉘어 개최되었다.
전 세계 셰익스피어 전문가들이 함께한 2016 세계 셰익스피어 총회
이번 제10회 총회를 위해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작품 연구, 공연에 있어서 영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정평이 나 있는 버밍엄 대학의 셰익스피어 연구소(The Shakespeare Institute, University of Birmingham), 런던 킹스 칼리지(King’s College London),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The Royal Shakespeare Company),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Shakespeare’s Globe) 그리고 각종 문화·예술단체 교수, 강연자, 공연자들이 함께 뭉쳤다. 이들은 셰익스피어 연구의 지난 과거 성취를 되짚어 보면서도, 아주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되던 셰익스피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루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축제의 자리로 만들기 위해 이번 총회를 준비하였다.
특히 이번 총회는 1940년부터 스트랫퍼드에서 200여 명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이 참가하여 격년제로 열리고 있는 국제 셰익스피어 학술대회(International Shakespeare Conference)를 겸하여 열리게 되어서 40여 개국 800여 명의 영문학자와 공연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학술대회 및 기념축제로 명실상부 세계인이 함께 셰익스피어를 즐기는 기회가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본에서 열린 세계 셰익스피어 총회의 이모저모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이야기가 후기 2편에서 이어집니다~
필자: 육군사관학교 서동하 교수
버밍엄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동대학 셰익스피어 연구소(The Shakesepare Institute)에서 연구 기간을 거쳐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육군사관학교 영어과 영어영문학과의 조교수, 한국셰익스피어 학회의 정보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극에 사용된 장례행진곡(dead march)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가능성(Shakespeare Review, 2013)’, ‘랄프 파인즈 속 군사적 수사의 재조명(고전르네상스 영문학, 2014)’ 등의 논문을 집필하며 셰익스피어의 동시대적 해석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