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 코리아 참가자들의 단체촬영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씽크 코리아(Sync Korea)가 2018년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총 5일간 장애인 문화예술센터 이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영국의 대표적인 장애예술가 사라 픽솔(Sarah Pickthall)과 조 베런트(Jo Verrent)가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씽크(Sync)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성장하게 된 영국의 장애인 예술 발전에 공헌해 온 예술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2018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주한영국문화원의 주최 및 주관으로 한국의 장애 예술 활동에 맞춘 씽크 코리아(Sync Korea)를 도입했습니다.  

씽크의 창립자 사라 픽솔과 조 베런트로부터 그들이 씽크 프로그램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번 한국에서의 경험이 어땠는지 직접 들어보세요. 

사라 픽솔(Sarah Pickthall): 장애 예술인·기획자 역량강화 프로그램 '씽크'

지난 10년간 씽크는 장애와 리더십 간의 접점을 탐구해 왔습니다. 씽크는 장애인이 직접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장애인들과 그들의 장애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스스로에 대한 자아 인식이나 행동 양식이 그들의 예술 활동과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씽크 코칭(Sync coaching)’이라는 독특한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씽크는 현재 언리미티드 축제의 수석 프로듀서를 맡은 조 베런트와, 장애 예술가이자 컨설턴트 그리고 IHD(Institute of Human Development)의 승인을 받은 전문 코치인 제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기획한 최초의 장애인 중심의 리더십 프로그램입니다. 저희는 장애 예술가 및 기획자를 위해, 리더십 이론과 동기부여 방식을 조합한 대면 및 온라인 1:1 코칭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습니다.

2008년 첫 발걸음을 뗀 이후 씽크는 영국, 호주, 그리고 한국의 100명 이상의 참가자들에게 코칭을 진행했습니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씽크 졸업생들로부터 씽크의 코칭방식이 얼마나 유익했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씽크 코칭은 리더십 전문가인 에이드리언 길핀(Adrian Gilpin)의 ‘7가지 요소’모델을 차용합니다. 이는 삶에서의 선택, 재능, 믿음, 열정, 정체성, 비전과 목적이 어떻게 서로 연관이 되는지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씽크 코치들은 위에서 열거된 하나 혹은 여러 요소들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하고 주저하게 만드는지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코치로서, 장애인이 살면서 끊임없이 경험하는 접근성의 문제와 다양한 장벽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부정적 사고방식과 내면의 장벽에 대해 공감합니다. 장애인이 그들의 사회적 소외현상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논쟁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사실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러한 차별은 사람들 특히 장애인 자신에게 내재화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지속된다면, 우리는 이러한 감정에 이끌려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씽크 코칭은 또한 ‘에너지 지도(energy mapping)’를 통하여 참가자들이 자신의 감정적, 신체적 에너지를 파악해보고, 더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좋은 리더들은 에너지의 관리가 리더십의 발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고 있으며, 이는 장애인에게도 다르지 않습니다.

씽크 코칭은 다양한 코칭 방식에도 사용되는 개방형 질문 방식을 사용하여 참가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질문을 제시합니다. 씽크 코칭 세션은 코치가 일방적으로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순한 코칭과 멘토링을 정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경험과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멘토링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씽크 코칭의 장점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참가자들이 스스로에게 내재된 리더십 의지를 발견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씽크 코칭은 단순히 참가자들의 부정적인 행동 양식 및 사고방식만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인들이 가진 특별한 기술, 적성, 통찰력 그리고 창의력에도 초점을 맞추고, 이것들이 문화예술분야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자산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창의성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프로그램인 만큼 우리는 씽크 프로그램을 더욱 재미있게 진행하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는 참가자들이 서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코칭 기술을 훈련시키고,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직접 코칭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일종의 ‘놀이’로써, 씽크는 개별 참가자들에게 리더로서의 본인을 가장 잘 나타내는 ‘리더십 메타포(leadership metaphor) – 동/식물 혹은 특정 대상’를 생각해 보도록 지도합니다. 본인의 메타포를 떠올려 보는 것은 자신의 리더십 유형과 행동양식을 탐구해보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또한 메타포에 빗대어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특징을 잘 소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에 저는 한국에서 씽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2–3회에 걸친 온라인 코칭세션에, 영어 통역, 때로는 수화통역까지 병행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씽크 코리아의 공동 주최기관인 주한영국문화원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한 통역 및 다양한 지원은 너무나 모범적이었고, 그 덕분에 완벽하게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통역으로 인한 약간의 지연은 참가자들이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했지요. 이번의 긍정적인 경험 덕분에 조와 저는 앞으로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씽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더욱 영역을 확장해나가야겠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체계적인 팀 코칭과 신경과학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으로 인해 전문적인 코칭이 점점 더 관심받고 있습니다. 씽크는 2018년 8월에 시작되는 헨리 비즈니스 스쿨(Henley Business School)의 코칭 및 행동(Coaching and Behavious) 석사과정을 통해 씽크 코칭을 더욱 깊게 탐구해나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연장 선상에서 저는 장애인들에 의한,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코칭을 기획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 예술인 및 기획자가 유리 천장을 깨고 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국제무대에 소개할 것입니다.  

이번 씽크 코리아 이후, 참가자들은 많은 동기부여와 영감을 받았으며, 씽크 가족의 일원이 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비록 영국과 한국이라는 사회가 다르고,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지만, 조와 제가 한국의 참가자들과 공유한 생각과 아이디어들은 공통점이 더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신정부의 등장과 함께 장애 예술 분야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씽크 코리아 졸업생들이 나서서 그들의 여정에 주체성을 찾고 예술계에서의 정당한 위치를 찾아가야 하는 때입니다. 

씽크 코리아의 사라 픽솔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씽크 코리아 진행 모습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씽크 코리아 참가자들의 단체촬영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씽크 코리아의 조 베런트 코치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씽크 코리아 참가자의 발표 장면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조 베런트(Jo Verrent): 씽크(Sync)란?

씽크(Sync)는 약한 박자이지만 강한 박자로 연주되게끔 바꾸어준다는 의미의 음악 용어, ‘당김음(syncopation, 씽코페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장애 예술인·기획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입니다. 

씽크는 여타 리더십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의 리더십 이론을 장애인에게 적용하기보다는, 장애라는 문맥 안에서의 리더십을 발견하는 데 주목합니다. 씽크는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으로, 그들의 예술적 전문성과 장애의 경험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요소로 작용합니다.

씽크는 커스핑크(Cusp inc)의 사라 픽솔(Sarah Pickthall)과 현재 언리미티드 축제(Unlimited)의 수석 프로듀서인 제가 공동으로 설립하였습니다. 사라와 저는 장애를 가진 여성 예술가이자 리더로써 함께 씽크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애 예술가 및 리더들이 내면의 힘과 통제력,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갖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장벽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리더십 발휘에 있어 장애가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 장애인들의 소외현상이나 장애인을 개별 인격체로써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장애인 리더이자 인플루언서로서 저희 스스로도 이러한 리더십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저희가 직접 참여하고 싶을 만한 그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씽크 프로그램입니다. 

씽크 프로그램은 장애라는 맥락 속에서의 리더십 모델을 이해하고, 일대일로 코칭을 받고, 코칭 기술을 배워 직접 코칭을 진행해보거나, 자신과 타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고, 개인별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범주의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씽크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현재 본인이 있는 곳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위치까지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또한, 참가자들을 정형화된 특정 유형의 리더십에 맞추기보다, 개별 참가자들이 여러 유형의 리더십 행동 양식 중 본인과 가장 어울리는 유형을 찾고, 개인의 목표와 이를 위한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제가 씽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 중 하나는 씽크가 기존의 리더십 이론을 채택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더 장애인들에게 접근 가능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연관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는 것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우리는 개인의 성과가 집단이나 상황, 혹은 외부 요인의 압박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이론인 ‘시스템 대 자신(System versus Self)’ 모델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의 사바나초원, 피난처, 동굴이라는 개념을 이용한 메타포(은유)를 개발하였습니다. 사바나 초원에서 개인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자나 매우 뜨거운 태양 때문에 조금은 위험할 수 있지요. 혹은 조금 더 편안한 피난처에 혼자 숨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당신의 몸을 타고 기어오를 수도 있겠지요. 혹은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다수의 사람이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호된 작은 동굴은 떠나기가 힘들고,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사바나 초원, 피난처, 동굴을 직접 그려보고, 본인은 어떤 곳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성향이나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더 발전시키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떠올려보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은유를 이용하는 방식은 어떠한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고, 은유 속 상황에 자신을 직접 대입해 봄으로써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도록 합니다.

최근 저희는 끊임없이 자문하고 스스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자 하는 한국의 뛰어난 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5일간 씽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씽크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도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시아 문화권에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개념이 과연 한국에서는 어떻게 이해가 될지 많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특히 ‘리더’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 차이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영국에서는 리더 또는 리더십을 하나로 규정하기보다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리더십을 채택하는 방법이 흔하게 통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그들의 리더십을 이해하고 발휘하는 것이 더욱 쉬울 수 있지요.

우리는 참가자를 직접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차이점과 공통점들을 발견해 나가면서, 국적의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가 장애인으로서 공유하는 경험이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진행된 씽크 코리아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이동과 소통을 돕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으며, 이는 매우 모범적인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수화통역과 문자통역의 제공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한 모형을 만들어 참가자들과 공유하거나,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시키는 애플리케이션 이용 등 상호 간의 소통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다방면의 준비와 노력을 통해 모든 참가자는 동등한 위치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씽크를 통해 눈에 보이는 어떠한 결과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씽크의 주체는 바로 참가자들 자신이고, 씽크 이후 그들의 여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씽크 코리아에서 우리는 참가자들이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문화예술계에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놀라운 여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씽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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