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고 최대규모의 페스티벌 켈틱 커넥션즈(Celtic Connections)에 참가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김민경 팀장의 페스티벌 리뷰를 소개합니다.
페스티벌 방문기 1편을 놓치셨다면 지금 확인해보세요.
글라스고 최대규모의 페스티벌 켈틱 커넥션즈 방문기 2편
스코티쉬 억양을 잘 알아듣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공항을 나섰을 때 켈틱 커넥션스(Celtic Connections)에 초청된 해외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담당자는 아름다운 글라스고 엑센트를 가진 중년여성 분이었다.
하루에 사계절을 가졌다는 말이 나올 만큼 변화무쌍한 계절을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그녀는 햇살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대비하여 웰링턴 부츠(레인부츠)와 스커트 그리고 켈틱 커넥션즈 로고가 찍혀있는 레인코트를 입고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옆자리에 앉은 나에게 스코티쉬 켈틱언어인 게일어로(Gaelic) 몇몇 단어를 알려주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정감 가고 독특한 우아함이 있는 스코티쉬 억양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이번에 함께 초청된 영국의 월드뮤직 전문 매거진 송라인즈(Songlines)의 편집장 조 프로스트 (Jo Frost), 제임스 앤더슨-헤니(James Anderson-Henny)와 함께 글라스고에서의 첫 저녁을 함께하기 위해 로컬 펍(Pub)으로 가기로 했다.
전통적인 음식인 하기스(Haggis)나 블랙푸딩(Black Pudding)정도는 시도해 주었어야겠지만, 언제나 영국에 가면 빠지지 않고 한 번쯤은 먹게 되는 피쉬앤 칩스(Fish & Chips)로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켈틱 커넥션즈를 만나보자!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음악 페스티벌, 켈틱 커넥션즈
여행작가 박민우 씨가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묘사했을 때 “베스킨라빈스 같은 도시, 서른 가지 맛이 모두 훌륭한 도시”라고 표현했던 말이 기억난다.
켈틱 커넥션즈가 바로 서른가지의 맛과 컬러가 있고 모두 훌륭한 그러한 음악페스티벌이다. 음악 페스티벌이란 것이 원래 그러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야 하는 것이 맞다. 다양한 맛과 컬러의 문화와 사운드를 골라 먹을수록 더 맛을 느끼고 그 맛을 음미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맞다.
켈틱 커넥션즈라는 행사명 때문에 켈틱 음악만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이 페스티벌은 전 세계 각지의 환상적인 음악을 골고루 선사한다. 전통 아래 ‘이래야 한다’라는 정의나 규정을 짓지 않고, 20-30대가 40-60대까지 함께 즐기는 공연 무대를 볼 수 있는 곳이 켈틱 커넥션즈이다.
봄, 여름, 가을 등 흔하디흔한 시즌을 놔두고 비오고 음산한 겨울에 페스티벌이 열리는지 조금은 궁금했었는데, 켈틱 커넥션즈는 1994년 글라스고 로열 콘서트 홀(The Glasgow Royal Concert Hall)의 연초의 겨울 오프시즌을 채우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매해 2주가 넘는 장기간에 걸쳐 열리는 켈틱 커넥션즈는 글라시고 시내 크고 작은 10여 곳의 공연장 약 300여 공연이 열린다. 스코틀랜드 전통음악과 춤을 선보이는 켈리(Ceilidhs), 포크 (Folk), 루츠 (Roots)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의 음악과 댄스 공연, 강연회, 워크숍 등으로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등록을 하니 프로그램과 행사장 지도 및 각종 안내 자료가 들어 있는 가방을 나눠주었다. 놀랍게도 자료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음료와 과자 또한 잔뜩 들어 있다. 시작부터 환영받는 듯한 느낌이 아주 좋다.
공식적으로 진행된 환영 리셉션이 열린 글라스고 씨티 챔버스(Glasgow City Chambers)는 지난 회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글라스고의 번영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한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과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해외 관계자들의 공식적인 첫 프로그램인 포크뮤직 어워즈(Folk Music Awards)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2004년부터 영국의 전통포크음악의 계승을 축하하고 그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BBC2와 함께 포크뮤직 어워즈가 함께 개최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간 영국의 포크 뮤직계를 이끌어온 거장들은 물론이고 다양하고 진화를 거듭한 젊은 뮤지션들의 성장과 그들의 성과를 함께 축하하는 자리로 이러한 축하를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 전통이 전통으로 머물지 않고 진화하는 과정과 그 과정을 더욱 권장하고 있는 올드 비 (Old Bie)와 뉴비 (New Bie)들 사이에 세대차이나 거리감은 존재하지 않는 사실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쇼케이스 스코틀랜드, 켈틱 커넥션즈 - 세상의 모든 이와 소통을 위해 노력하다!
올해 14년째를 맞이한 쇼케이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를 인터내셔널 파트너로 선정하여 ‘스폿라이트 잉글랜드 (Spotlight England)’라는 피쳐 프로그램으로 잉글랜드의 포크뮤지션들을 초청하여 해외관계자들에게 함께 소개하였다.
포크적인 음악의 결합으로 보컬의 무대매너가 마룬5(Maroon5)를 연상하게 만들었던 벨로헤드 (Bellowhead)를 포함하여 청순미녀 포크 싱어송 라이터 벨라 하디 (Bella Hardy), 몇세기를 거스르는 정통 잉글랜드 포크송을 재해석하여 부른 포크 신예 루시 워드 (Lucy Ward), 감성의 음유시인 샘 카터(Sam Carter), 브리스톨 출신 앙상블로 미니멀리즘과 클래식이 퓨전화된 연주곡을 선보이는 스파이로 (Spairo)등의 공연이 포함되어 있었다.
2014년에는 연영방 국가인 호주와 인도가 인터내셔널 파트너로 초청되어 쇼케이스 스코틀랜드에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최근 호주는 세계 각지의 기관들과의 각별한 파트너쉽을 유지하며 그들의 아보리지널 (Aboriginal) 음악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와 전통-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현재 한류, K-Pop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것이 역사의 한 자락이 되고 전통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그들이 세기의 세기를 넘어서 구전으로 전해지고 전해진 노래를 부르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마룬5와 같은 현대적 감각으로 노래하는 벨로헤드의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비단 20-30대만이 아니었다. 40-50대까지 아울러 함께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포크 어워즈를 통해 수상을 한 젊은 뮤지션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부를 수 있는 아름다운 시와 음율을 남겨준 이름도 모를 그들의 조상에 한없이 감사해하고 있었다. 나이드신 관객은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즐기고, 젊은 뮤지션들은 조상이 남겨준 음악에 대한 무한 존경심을 가지는 모습에 사뭇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진심으로 부러웠던 것 같다.
월드뮤직계에 10년째 몸담고 있다보니 잘 알지 못했던 문화권과 음악에 대해 듣게 되고 배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쟝르로, 스타일로, 국적으로 이해하고 듣는다는 것은 단편적인 일면만을 보고 듣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문화가 그러하다.
2012월 10월에 열린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과 에이팜 (뮤직 마켓 & 컨퍼런스)에 초청되었던 호주 저널리스트 케이트 웰즈먼 (Kate Welsman)씨가 했던 말로 마무리 할까 한다. 루츠 뮤직 (Roots Music)이란 두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전통음악 형태 그대로 계승하는 음악이고, 또하나는 미래의 청중들에게 규정지어질 우리가 현재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스타일과 쟝르의 음악이라고.
전통 계승과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진화하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감흥을 충분히 얻었고, 전통이 소중한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준 6박 7일이었다.
필자: 김민경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해외팀장)
2013년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은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울산 문화예술회관과 달동공원 일대에서 열리며 아름다운 그리스 음악 여신 사비나 야나투(Savinna Yannatou)를 필두로 스코틀랜드의 젊은 켈틱 앙상블 브레바흐(Breabach)를 포함, 국내∙외 팀의 공연을 기획 중에 있으며, 5월 중으로 국내팀을 공개모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