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하는 1월, 영국 극단 하이징스가 대표작 <프레드>로 한국 관객을 처음으로 만나기 위해 방한합니다.
하이징스는 웨일스에 위치한 극단으로 장애를 부족함이나 제약이 아닌, 고유의 특징으로 바라보고 이를 공연 작품에 담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뮬란>의 실사판 영화 제작 소식과 함께 주인공 뮬란 역에 제니퍼 로렌스가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소식은 동양인 역할을 왜 서양인이 연기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죠. 한편, ‘레인맨’, ‘말아톤’, ‘오아시스’, ‘아이 앰 샘’ 등 자폐나 뇌성마비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실제로 장애인인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없었습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선 왜 의문을 갖거나 논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극단 하이징스는 위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장애인 역할을 장애인이 맡는다면? 극단 대표 클레어 윌리엄스는 장애는 사회가 포용해야 하는 다양성의 한 부분이며, 공연 예술계에서도 장애라는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하이징스 극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이징스는 13개 이상의 국가들에서 공연했고, 대표작인 <프레드>(원제: Meet Fred)는 큰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프레드>는 대본과 현실의 구분이 다소 모호합니다. 연극 <프레드> 속 ‘연출’이라는 인물은 실제 프레드의 연출이고, 프레드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사들도 실제 전문 인형사들입니다. <프레드>에서는 그 어떤 인물도 본인이 아닌 역할을 맡지 않습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배우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인물로 무대에 올라갑니다. 장애가 있는 것을 애써 무시하지 않는 거지요. 반대로 장애를 내세워 두드러지게 하지도 않습니다. 학습발달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연출도(!) 자기 모습 그대로 올라가는 연극 <프레드>의 진솔함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프레드>가 장애 연극의 한 획을 그은 이유는 단지 역할부여 때문만은 아닙니다. 프레드라는 인형이 인간이 되는 피노키오 이야기가 아니라 인형인 그대로 인간사회에 살아려는 프레드의 하루가 담겨있습니다. 그가 겪어야 하는 앞뒤 안 맞는 제도, 자신을 조종해 줄 인형사들 없이는 삶의 제약이 너무 많은 프레드의 모습은 당시 창작에 함께한 장애 배우들이 겪었던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프레드>
- 일시: 2019년 1월 11– 13일(금–일) / 평일 20.00, 주말 15.00, 19.00
- 장소: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 이음아트홀
- 온라인 예약: 인터파크
하이징스 극단
영국 웨일스 지방의 카디프에 위치한 극단 하이징스는 영국과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인클루시브 극단이다. 하이징스 극단에는 다운증후군, 지적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항상 함께하고 있으며,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역할을 맡는다. 지적 장애를 가진 배우들의 재능과 기술을 발견하여 그들이 비장애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하이징스는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무능력함보다는 그들이 가진 재능을 보며 감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무대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편견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질적으로 훌륭한 작품 그리고 영향력 있는 작품을 제작한다. 극단에서는 전문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들이 함께 동등하게 일하며, 지적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전문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이들에게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비영리 아카데미를 운영한다.